가을생각(출처-좋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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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참 좋습니다. 바람의 느낌, 바람 속에 서있는 이 순간이 좋습니다. 겨울바람처럼 혹독하지 않고 봄바람처럼 설레지 않는 가을바람을 몸으로 살갗으로 느끼는 시간이 좋습니다. 바람이 닦아 놓은 가을 햇살이 좋습니다. 바람이 햇살의 표면을 반질반질하게 닦아서 그런지 가을 햇살은 은은하게 윤이 납니다. 여름 햇살보다 순하고 겨울 햇살보다 편안합니다. 사람뿐 아니라 과일이나 곡식도 편안하고 온화한 가을 햇살을 좋아합니다. 과일은 가을 햇살을 제 안에 받아들여 다디단 과즙으로 바꾸고 과육 안에 스미게 합니다. 그런 가을 햇살이 곡식의 낱알과 만나면 알갱이 한 알 한 알이 알차게 영글어 갑니다. 평온하고 온유한 것이 좋은 것입니다. 햇살도, 바람도, 사람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 마음이 가을 햇살 아래 서 있는 것과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누군가를 사랑할 때의 마음이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다.”라면 그 사랑은 얼마나 깊고 그윽할까요? 그 햇살 그 바람 속에서 구절초와 들국화가 핍니다. 가을 햇살, 가을 바람이 만들어 낸 연보랏빛, 순한 노란빛을 나는 좋아합니다. 그 햇살을 불러 온코스모스가 소리 없이 돌아갑니다. 새초롬하게 서 있는 가을을 한 손으로 꼭 쥐고 다른 한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코스모스가 헤어지는 인사를 합니다. 올해도 여름 끝에서 가을까지 코스모스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코스모스가 손을 흔들건 말건 사람들은 그 곁을 빠르게 지나갑니다. 길가에 핀 꽃에게 눈길도 주며 천천히 가면 좋으련만 급하게 달려가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게 나를 먹여 살리는 것도, 돈을 벌어다 주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 올해도 코스모스를 볼 수있어 고마웠습니다. 창가에서는 난이 홀로 꽃을 피우고 고갯길에서는 구절초가 저희끼리 피었습니다. 미미하고 옅은 난향과 함께 지낸 며칠이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수많은 꽃이 피고 진 다음 이렇게 늦게 꽃 피는 구절초가 좋습니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구석진 곳을 가을빛으로 아름답게 바꾸는 그들이 좋습니다. -《좋은생각》2011년 11월호
